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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종교와 정치의 일반적 배경

  종교와 정치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종교가 사회변화의 문제들에 대해 대두되었던 과거의 학설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전통 사회와 종교를 보는 입장은 마르크스와 막스베버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가 있다.


마르크스와 막스베버의 입장

  마르크스는 사회변화는 독립변수로 종교변화는 종속변수로 두고 이야기를 한다. 즉, 사회 내에 어떤 변화가 발생 하였을 때 그 여파로 종교 변화가 뒤따라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이론은 사회 속에 종교가 포함 되어져 사고되는데, 사회의 힘의 강력함을 전제로 하여 종교는 부수적인 체계로 인식 된다. 만약 종교가 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발생 하더라도 종교는 단지 종교의 문제일 뿐 사회변화에 자극을 주지는 못한다. 단지 방해, 억제 수준으로 머물 뿐이다. 마르크스의 사회구조적 입장에서 볼 때 단지 종교는 사회의 질서 유지와 제도 사이의 통합을 위한 매개체로 머물 뿐이다.

  그에 반해 막스베버는 마르크스와는 상반된 학설을 주장한다. 그는 종교가 사회변화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회에 영향을 주어 변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고 본다. 종교를 마르크스보다 더 큰 대상으로 인식하고 종교가 사회의 변화에 뚜렷한 작용을 함에 있어 사회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러나 이처럼 마르크스와 막스베버를 통해 알아본 종교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오늘날의 종교 현상을 설명하는데 조금 미흡한 점이 많다. 과거 전통시대에 비해 현대는 복합성을 띠고 해석하기 힘든 구조들 속에서 형성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간과 할 수 없다. 이러한 현대 사회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은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종교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특히 교회의 성격과 사회적인 상황, 종교 지도자의 사회적 지위와 행동 등에 관심을 갖는 현대 사회학자들의 모습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 Part 1 >


1. 종교와 정치제도의 관계성


(1) 상호작용의 배경

  종교와 정치를 두고 상호관계를 이야기 할 때 중요한 요소는 바로 힘이다. 권력의 구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종교조직이나 정치적 통치가 인간의 관심영역에 있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종교의 경우는 종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우주적 질서를, 정치는 실제적이고 일상적인 요구의 필요라는 용어로 힘을 행사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와 정치는 끊임없이 거래하고, 싸우고, 타협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관계된 사람들이나 종교에 관계된 사람들은 모두 어떤 사회 안에서 구성원들로 공통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문화적인 성향에서 동일한 부분이 있다면 종교와 정치는 우호적일 수도 있고, 상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만약에 매우 권위적이고 위계질서가 잡힌 사회를 예로 든다면, 권위적인 성격을 그 사회 안의 독특한 문화적 성향으로 인정했을 때 이것은 정치적 구조나 종교조직 면에서도 상당히 권위적인 측면에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며, 민주주의적인 사회에서는 정부구조나 종교체계도 민주적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처럼 공통적인 사회문화적 배경 때문에 종교와 정치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힘의 역학관계와 다원화 경향으로 인해 경쟁이나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2) 종교와 정치의 관계유형 : 잉거

  잉거(J.Milton Yinger)에 따르면 종교가 정체제도와 유지할 수 있는 관계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종교가 정치제도를 강화(reinforcing)시키는 경우이다. 이때 종교는 정치적 통합에 기여가 가능하고, 사회의 제한된, 희소가치에 대하여 보상을 추구하는데서 종교가 그 긴장감을 감소시키도록 한다. 종교는 정치에 예속되는 경향으로 사람들을 국가나 정부의 강제적인 힘에 복종을 촉구할 수 있는데 이때 정치는 종교를 보호해주고, 다양한 혜택을 주는 등 서로 동반자 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 종교는 사회에서 점차 안정에 기여하는, 사회통합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이러한 모습은 민주화된 서구사회에서 나타난다.

  두 번째는 정치적 힘이 너무 강하여 강제적으로 종교를 통제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은 정치제도의 실제적인 목적을 위한 부속적인 성격으로 종교가 통제받고, 정치적 엘리트에 종속된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종교에 대한 믿음과 수행은 그들의 이익을 중시 할 수 없고, 단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 뿐이다. 종교가 정치적인 통제력 안에 있는 유형은 전체주의 사회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경우는 양자 사이에 날카로운 긴장이 있게 되는 경우이다. 긴장 관계를 가진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종교의 요구와 규범이 정치체계들과 모순되어 도전하는 경우나, 정치적 경계선을 넘어서는 종교체계로 인하여 정치적인 요구가 과소평가 되어지는 경우에 이 둘은 권력관계를 두고 투쟁 상태에 들어 갈 수 있다. 이 상태는 세속적인 힘의 측면에서 정치적인 투쟁으로 볼 수도 있고, 이와 조화 될 수 없는 종교적인 관념, 가치의 등장으로 인한 초월적 종교의 자세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종교가 비판 세력으로 보이고, 종교적인 면에서는 정치가 세속화 되어 변질됐다고 보는 관점의 차이는 급격한 정치, 경제 변화 상황을 겪는 불안정한 사회들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3) 종교화 정치의 관계유형 : 스트롭

종교는 그것이 속해 있는 민족에 대하여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트롭은 민족과의 관계에 따라 종교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첫째유형은 ‘한민족의 종교’로서 여기서는 종교제도와 민족 사이의 구분이 있기는 하지만 목표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양자는 완전히 조화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종교의 경계선은 정해진 영토 안에 있는 인구의 사회적, 문화적 경계선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유대교, 시크교1)등이 그 예이다. 유대교는 이스라엘 민족과, 시크교는 펀자브 시크족과 관계되어 있다.

둘째유형은 ‘한 민족을 크게 뒷받침하는 종교’이다. 대표적으로는 유교와 힌두교가 있으며 힌두교의 종교적 믿음과 인도사회의 카스트구조사이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힌두교는 인도의 정치사회적 체제의 일반적인 특질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었다.


조선은 유교, 곧 성리학의 철학적 이론으로 무장된 도학(道學)을 국가이념으로 받아들이고, 불교에 대한 억압정책을 실행했다. 조선 초기를 통하여 역대 임금들은 유교이념에 입각하여 사회제도를 전면적으로 정비했다. 세종 때에는 유교적 국가의례와 제도를 정비했으며, 유교적 교화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여 유교사회의 기틀을 확립했다. 조선의 사회, 정치, 문화 모든 영역에서 유교는 지배적으로 작용했다.


셋째유형은 ‘퇴거의 종교’ 이다.  이 종교들은 주변의 문화와 사회구조를 거부하고 있다. 퇴거의 종교들은 대개 사회에서 얻어지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되는 가치와 규범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도원적인 질서 가운데서의 격리를 지속하고 금욕적인 수행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자이나교, 도교, 조로아스터교, 소승불교가 그 예이다.

넷째유형은 ‘보편적 영역의 종교’ 이다. 이 종교의 신봉자들은 그들의 믿음을 세계적으로 전파하는데 매우 적극적이다.  종교들은 특정 민족의 경계선 안에 머물고 있지 않으며 활발히 퍼져 나간다. 이 예로는 기독교나 이슬람교를 들 수 있다.


(4) 종교와 국가의 관계유형 : 존스톤

 종교와 국가의 관계는 영향력의 우열, 혹은 힘의 역학관계에 따라서도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종교가 국가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이다. 이것을 신정정치라고 한다. 신정정치란 문자적으로는 ‘신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 종교 지도자는 국가적인 정치 지도자와 동일한 인물이든지, 아니면 후자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이다. 그에게 힘이 있는 것은 나라의 통치원리를 신으로부터 직접 지시받고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국가는 종교적 이상을 시행하는 기관일 수 있다. 종교적 이념과 가치는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근본적인 원리로 생각된다. 가장 철저한 신정정치의 예는 고대 이스라엘의 예언자 통치시대를 들 수 있다. 이런 종교 우위의 형태는 카톨릭의 지배를 받았던 대부분의 중세 유럽 사회들에서 흔히 보였다고 하겠다. 오늘 날의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어느 정도 이러한 경향을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과거 ‘카노사의 굴욕’이란 역사적 사건을 보았을 때, 교황이었던 그레고리 7세는,

  “조물주는 하늘에 두 빛을 달아두시므로 만물을 비치는 것처럼 땅에는 두 큰 권력을 세우심으로서 만민을 지배하여 잘못된데 빠지지 않게 하신다. 이 두 권력은 교황과 국왕이다. 교황은 큰 빛이고 국왕은 작은 빛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 아래서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사도의 권력이 국왕의 권력을 지배하는 것으로 정해져있다.”

   (그림: 카노사의 굴욕 - 국왕이 교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하인리히 4세를 파문시킨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유추해 보았을때,  그레고리 7세의 태도는 왕권의 전통성을 부정, 왕권 통치에 대해 인정하지 못한다는 태도는 중세시대 종교의 힘이 국가의 힘보다 컸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종교와 국가의 관계의 두 번째 유형은 힘의 소유와 행사에 국가가 종교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이다. 특히 전체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형태로써 여기에는 종교에 자율성이나 궁극적 권위나 영향력이 허용되지 않으며 종교는 단지 국가의 한 도구 혹은 시행 장비로 사용될 뿐이다. 경우에 따라 국가는 통제하기 쉬운 하나의 종교를 택하여 국가종교로 육성하여 국가의 목적을 위하여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종교가 사람들의 충성에서 국가와 경쟁하도록 위협하면 실제로 그것을 억압하고 소멸시킬 수도 있다. 전체주의 국가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종교와 국가의 관계성 유형이 이것이다. 히틀러의 나치즘이나 구소련에서 나타나는 예를 들 수 있겠다.

  세 번째 관계 유형은 분리(separation)의 형태이다. 여기서는 종교와 정치제도의 기능이 각기 다르다는 전제 아래서 각각의 역할 분화가 중요하게 생각된다. 이 입장에서의 가정의 핵심은, 종교는 전적으로 개인주의화되고 주관적이며 내면화된 현상인 반면에, 정치와 국가는 집단에 봉사하고 생존과 관계된 외면적인 일들을 취급하며 전적으로 세속적인 기구라는 것이다. 물론 완전한 분리란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다. 양자는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중복이 되어 있으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암묵적인 상호보완이나 상호 긴장의 관계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법적, 종교적으로 다원화 되어있는 사회에서는 흔히 종교와 국가의 분리라는 관계유형이 보이고 있다.


(5) 종교와 국가의 관계유형 : 버논

 흔히 국가적 정책에 의하여 정부 혹은 통치권은 그 사회의 종교에 대하여 상이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이러한 종교-정부 사이의 관계가 발전되면 이것은 나아가서 종교와 국가 사이의 확고한 관계유형으로 고정되기 쉽다. 버논은 종교와 정부 사이의 관계 유형을 세 가지로 비교하고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정부가 하나의 종교를 뒷받침하고 모든 다른 종교들에 대하여는 거부하거나 차별하는 경우이다. 이 하나의 종교는 흔히 기성종교 혹은 국교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영국 성공회, 이스라엘의 유대교, 중동지역의 이슬람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교가 있는 사회에서는 그 국교만이 참된 종교이고, 최고의 종교이며, 따라서 특발한 취급의 가치가 있다고 규정되어 도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사회에서 다른 종교 집단은 국가와 국교에 의하여 거짓되거나, 열등한 것이거나, 그릇된 것으로 규정되어 권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불이익이 가해 질 수도 있다. 이단에 대한 박해는 이러한 식으로 정당화 되어 왔다. 국교를 갖고 있는 사회에서 종교의 힘은 증진되기 쉽다. 국가 종교는 정부의 뒷받침을 가지고 그 규범들을 강화할 수 있다. 종교가 부도덕하거나 죄 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흔히 사회적으로도 불법적인 것이 되는 경향이 있게 된다. (예; 천주교의 낙태 금지) 그러나 국교 상황에서는 얼마나 많은 힘을 종교와 정부가 각각 행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기기 쉽다. 예를 들어 정부가 종교보다 강하다면 국가의 권리는 종교에 의해 제한될 것이다. 국교는 자체의 영향력이 감소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부로부터의 간섭을 극소화시키는 노력을 하든지, 정부의 보호를 받는 이득을 위하여 정부의 도덕적 대변자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할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에 흔히 봉착하게 된다. 특히 종교의 가르침과 정부의 정책이 심각하게 갈등을 일으킨다면 종교의 딜레마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정부가 종교를 뒷받침하지만, 어느 한 종교에 대하여 어떠한 두드러진 우호적 취급을 하지는 않는 형태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종교적으로 다원화된 사회로서 법적인 정교분리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이다. 정부가 종교를 뒷받침한다는 것은 종교의 자율성과 신앙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할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사회적 혜택도 부여하는 (예; 성직자의 세금 감면, 종교적 헌납금 세금혜택등) 제도적 장치이다. 이런 예는 미국이나 대한민국을 들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①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2009/09/13 13:39 2009/09/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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